페코히로의 연구하고 성장하는 일상

그린 북 - 괜히 울적하고 스트레스 받은 날 본 보석같은 영화

에코히로 2019. 1. 22. 23:52

회사에서 새롭게 하는 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계속 스트레스를 받는 요즘이었다. 목표한 바를 빠르게 해내고 싶은 욕심에 마음이 조급하고 울적한 마음까지 들던 차에 '그린 북'이라는 영화의 예고편을 우연히 보았다.

인종 차별이 심하던 60년대에 흑인 피아니스트와 백인 운전 기사의 우정 이야기라니.. 예고편만 보고도 감동해 버렸다.
 






미처 예상치 못했는데 그린 북은 음악 영화였다. 내가 지금 느끼는 스트레스와 조바심, 울적함이라는 부정적 감정들은 자기들끼리 증폭 시키는 특징들을 가지고 있다. 감동적인 영화를 보고 나면 이 부정적 감정의 연결 고리를 끊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이 영화의 표를 끊었는데 영화 전반에 흐르는 셜리 박사의 너무나도 멋진 피아노 음악 만으로도 큰 힐링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린 북은 용기와 우정에 대해 말해주는 영화였다. '그린 북'은 인종 차별이 심했던 60년대 미국에서 흑인이 여행을 할 때 안전하게 머무를 수 있는 숙박 시설을 소개하는 책자였다. 위대한 음악가 였던 흑인 셜리 박사와 60년대 일반적인 백인 남성들 처럼 문제 의식 없이 흑인을 경멸하던 토니가 보여준 용기는 잔잔한 감동을 준다. 백악관에도 초대를 받아서 연주할 정도로 유명한 셜리 박사는 일부러 더 많은 흑인 차별이 있는 미국 남부로 콘서트 투어를 떠난다. 그리고 그 투어에서 많은 차별과 멸시를 이겨내며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한 용기'를 보여 준다. 그리고 토니가 보여준 자신의 평생의 차별 의식을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는 모습에서도 용기를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실화를 기반으로 한 이 영화속 주인공 들의 그런 용기있는 모습들 속에서 그들이 우정을 쌓아나가는 모습은 그 자체로도 감동적이었다. 


영화는 품격과 품위에 대해 말해준다. 수많은 차별을 참아내며 콘서트를 진행해 왔던 셜리 박사가 단 한번의 차별을 참지 못하고 폭력을 행사한 토니에게 '진정한 승리는 품위 (dignity)를 지키는 것'임을 강조하는 모습은 요즘의 내 모습을 뒤돌아 보게 해주었다. 화를 내고 폭력을 행사하고, 싸우는 것은 오히려 쉽다. 품위를 유지하는 것, 이것은 깨어있지 않으면 어려운 품성이다. 영화 내내 품격있는 셜리 박사의 연기를 보는 것은 이 영화의 또 다른 재미였다.

영화는 60년대 초 미국의 모습을 너무나도 잘 보여준다. 마틴 루터 킹 박사의 흑인 해방 운동이 본격적으로 일어나기전 미국 사회에 만연한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 아이 앞이든 실내에서든 끊임없이 담배를 피워대는 모습은 지금의 기준으로는 정말 받아들이기 힘든 모습이었다. 사회는 끊임없이 발전해 오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들었다. 그리고 지금으로 부터 약 60년 전 모습임에도 미국 사회는 지금에 비해서도 크게 부족한 생활을 하지 않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역시 선진국은 선진국이었구나 싶었다. 그리고 셜리 박사가 미국 남부 콘서트 투어를 하는 과정을 통해 미국 남부의 아름다운 풍경도 감상할 수 있었다.

그린 북을 다보고 그 감동과 즐거움을 되새기기 위해 엔딩크레딧이 모두 올라갈 때 까지 극장에 앉아 있었다. 흘러나오는 모든 음악이 좋았다. 그린 북은 괜히 울적하고 스트레스 받은 날 본 보석같은 영화였다. 그린 북은 다시 볼 기회가 생긴다면 아름다운 음악, 다채로운 영상, 매력적인 배우들, 감동적인 스토리를 다시 즐기기 위해 주저 없이 또 보고 싶은 영화다.

최고로 즐거웠던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