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코히로의 나누고픈 책 이야기

[책 리뷰] 스탠퍼드식 최고의 수면법

에코히로 2018. 4. 1. 00:51

   얼마전 ㅍㅍㅅㅅ에서 익혀두면 평생을 보장하는 삶의 11가지 기술이라는 흥미롭고 유익한 글을 접했었다. 이 글에서 내가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11가지 기술 중 1번이 바로 '잠을 잘 다스리는 기술' 이었다.

 

  인생의 1/4에서 1/3을 차지하는 잠이지만 내가 너무 무관심했구나 하는 반성이 들었다. 때마침 뭔가를 이루어 보겠다고 잔뜩 애를 쓰면서 몇달간 무리를 했더니 요즘 몸이 고장이 나서 비명을 지르던 차였다. 직장을 다니면서 뭔가를 하려면 '절대적 시간'이 부족하다. 그래서 결국 접근하게 되는 것은 잠자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몇 달의 경험은 난 그렇게 하면 안된다는 것을 가르쳐 줬다. 결국은 장기레이스인데 체력을 관리해 가면서 가자라는 생각을 하던 차에 잠에 대한 매력적인 책을 만나게 되었다.

 

  이 책의 제목과 디자인은 살짝 구리다. 잠과 스탠퍼드와 대체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스탠퍼드 대학교가 수면 연구에서 독보적 위치에 있다는 점을 모르는 일반인 입장에서 알길이 없다. 그런데 이런 제목이라니… 가히 일본 스러운 책제목이다 싶었다. 읽을지 여부를 고민하던 나에게 책의 초반에 나온 '수면 부채'라는 표현은 정말 이 책을 읽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의학부 정신과 교수를 하면서 평생을 수면학을 연구한 저자가 수면 부채에 대해서 이렇게 표현한다.

 

  "수면 부족은 단순히 잠이 모자란 상태를 가리키지만 '수면 부채'는 말 그대로 '잠에 진 빚'이어서 이자가 붙는다. 빚이 계속 쌓여 결국 갚을 수 없는 지경까지 가면 뇌와 몸 모두 자기 파산에 이르고 만다."

 

  이런 표현을 쓰고는 '독자의 불안을 부추기려는 것은 아니다.' 라고 강조까지 한다. 무섭다. 건강을 잃는 것은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 난 작년 아버지를 보면서 정말 절실히 느꼈었다. 그러고 나서 뭔가를 해보겠다는 의지를 불사르면서 건강을 해치고 있었던 것이다. 나에게 정말 절실하게 필요했던 내용을 담은 책이 이렇게 나와 인연을 닿음에 감사하며 이 책을 읽었다.

 

 

 

  책에서는 줄곧 잠들고 처음 90분의 논렘수면의 중요성을 '황금 시간'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강조한다. 이 황금 시간에 수면을 잘 잘수록 수면의 질은 높아진다는 것이다. 물론 8시간 12분 정도의 인간이 '원래 필요로 하는 절대 수면 시간'을 자는 것이 가장 좋겠으나 그건 사실 쫌 늘 시간이 부족한 현대인에게 무리일 수 있으니 수면의 질이라도 높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수면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저자는 두가지 스위치로 '체온' ''를 강조한다. 피부와 체내의 체온 차이를 줄여서 잠을 들 경우 깊은 잠을 잘 수 있고, 뇌를 흥분시키지 않은 채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된 채로 잠을 들면 수면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한다. , 8시간을 자지 못하더라도 잠자는 방식을 바꾸면 수면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이를 통해 깨어 났을 때 컨디션이 좋아지고, 기력도 왕성해 진다는 것이다. 저자는 적어도 6시간 이상 자는 편이 가장 좋다고 '수면 학자로서' 당부하듯이 말한다. 그리고 체온 차이를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목욕, 족욕, 메밀 배게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한다.

 

  그리고 수면무호흡증후군의 위험성을 수차례 강조한다. 낮동안 미세수면이 자주 발생하고, 다양한 병에 걸릴 수 있어서 사망확률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 증후군을 지닌 사람은 1시간에 15회 이상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목이 졸리는 것과 같으므로 수면에 황금 시간이 존재할 수도 없다. 이와 관련된 것이 코골이 인데 전체 책의 내용과는 살짝 무관하지만 흥미로운 내용이 있었다. 포유류는 원래 코 호흡을 우선으로 하는데 입 호흡을 주로 하는 경우 단기간에 치열이 나빠진다고 한다. 정확히는 기도를 확보하기 위해 양쪽 덧니가 앞으로 훨씬 돌출된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서 잠을 자도 졸음이 가시지 않는 사람은 코로 들이 쉬고 내쉬는 호흡을 자각해서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이 책은 전반적으로 학술적이다. 다른 일본 책들처럼 어떤 비법을 나열하듯이 제시할 것으로 예상했던 나의 예상을 넘어서는 책이었다. 잠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깊이있는 이해를 하게 하고, 잠의 품질을 높이는 방법을 제시하고, 깨어있는 시간동안에는 수면의 대척점에 있는 각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그리고 모든 제시하는 내용에는 학술적 근거가 있다. 일반적인 잠의 속설과 다른 내용들은 논문을 바탕으로 반박한다. 예를 들어 잠을 방해한다고 알려져 있는 블루라이트 같은 경우는 화면에 얼굴을 파묻고 그 빛을 장시간 노출되지 않는 한 수면에 크게 방해를 주지 않는다고 논문을 바탕으로 이야기한다. 또한 잠을 잘 자고, 생활을 잘 하기 위한 노하우를 제시할 때도 철저히 과학적이다. 속설이나 자신의 경험 등으로 작성된 부분이 거의 없다. 예를 들어 최고의 수면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 잘 일어나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렘수면과 논렘수면의 주기에 따른 생리주기를 바탕으로 알람을 20분 간격으로 2개 맞출 것을 제안한다. 그냥 자신의 경험이 아니라 철저히 과학적 근거를 보여주면서 수면 팁을 알려주는 것이 매우 흥미로웠고 신뢰가 갔다.

 

  이 책은 전반적으로 익혀두면 평생을 보장하는 기술 1에 해당하는 잠에 대한 지식에 대해 체계적으로 잘 전달해주었다. 부분적으로는 다소 전문적인 용어들이 많이 등장했지만 전체적 메시지를 받아 들이는데 방해가 되는 수준은 아니었다. 누우면 2,3분안에 잠드는 나는 잠을 참 잘 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활 리듬도 일정하지 않고, 늘 졸려하고 피곤해 하는 것이 잠을 제대로 못자서 그랬음을 이제 이해하게 되었다. 난 잠을 잘 자는 사람이 아니었었다. 새로운 일을 더 활력있게 꾸준히 추진할 수 있도록 이 책을 근거로 잠을 잘 자는 리듬을 설계하고 실천해 봐야 겠다. 사실 이제부터 실천을 하는 것이 진짜 과제라 할 수 있을 듯 하다. 당장 이 글을 쓰고 있는 시간도 밤 12시가 지난 시각이니… 앞으로 11시 취침, 5시 기상을 꾸준한 리듬으로 가져가 봐야 겠다. Better than Nothing 이라고 표현하며 저자가 크게 추천하지 않은 주말에 몰아서 잠자기도 피해봐야 겠다. 부지런하고 활력있는 삶을 살아가는 출발점에 바로 '잘자기'가 있음을 깨우쳐준 좋은 책이었다. 힘든 육아로 수면 리듬이 깨진 이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아내와 주변에 늘 졸려하는 지인들에게 살포시 추천을 해줘봐야 겠다. ! 그리고 살빼기 위해서 저녁을 먹지 않고 있는 선배에게도… 이 책에서는 저녁을 먹지 않느면 각성을 일으키는 호르몬이 과다 분비되어 좋은 수면을 이룰 수 없다고 하니, 일단 모든 것의 근간이 되는 좋은 수면을 위해 저녁을 먹으라고 전해 봐야 겠다.